현대미술가들이 그린 얼굴들.

 

얼굴들


Marlene Dumas

http://www.youtube.com/watch?NR=1&v=g25DlZ_RZyk

http://www.youtube.com/watch?v=Mo04ySijVHc


Tony Oursler

cave-in http://www.youtube.com/watch?NR=1&v=hrCvqrqmpv8

unk http://www.youtube.com/watch?v=Dqz71gFKtcs

http://www.youtube.com/watch?NR=1&v=buigrVfr2PE


Jenny Saville

http://www.youtube.com/watch?v=0sBQZ7JBbi0

 

 

적들의 사랑

     

          강정

 

언제나 속이 쓰리다

나의 적은 은근히 적다

그래서 은폐 엄폐에 유리하고

까딱하면 모든 타인이 내 적이 될 수도 있다

라면을 끊고

커피도 끊고

술 담배도 끊으려하지만

생을 끊는 것만은 적들이 바라지 않는다

그래서

라면으로 배를 채우고

프림 세 스픈

커피 두 스픈

설탕 두 스픈 반 타먹고

담배도 연거푸 두 대 피워문다

속이 쓰리다

속이 튼튼하면 적들이 나를 아는 척도 안한다

오토바이 타다가 죽은 옛친구 생각이 난다

그 때부터 속도엔 트라우마가 생겼지만

생각과 감정의 속도만큼은

아직도 발군이다

다 적들의 재빠른 행군 탓이다

적들은 내가 무표정할 때 더 극성이다

난해한 책 세 권 정도 떼고 나와서

뱀과 이리 같은 걸 들이밀 때도 있다

나는 적들의 사랑에 인류학적으로 혹사당한다

변기에 앉으면 이리와 뱀의

자손들이 몸밖으로 나온다

나는 그것들에 대한 사랑을 멈출 수 없다

위스키 석 잔

폭탄주 네 잔

거기다 막걸리도 한 사발 걸치고

집으로 돌아온다

내속이 내 바깥이 된 지 이미 오래다

적들은 나라는 폐가에서

그들만의 사랑을 연주한다

팔목잘린 쇼팽이

눈빛만으로 비플랫과 시마이너 사이를

현란하게 음독한다

고등학생 때 햇볕잘드는 친구 집에서

폴로네이즈 때문에 죽고 싶어진 적이 있다.

아마도 적들은 그 때부터 날 사랑했던 듯하다

나는 내 몸을 내 몸 바깥에서 사랑하고

적들은 내몸안에서 내 몸 바깥을 그리워 한다

쇼팽이 매독 때문에 죽었는 지는 혹실하지 않다

다만 오늘 밤에는

나도 폴로네이즈 비슷한 뭔가를 만들고 싶다

나의 사랑은 늘

적들의 그것보다 훨씬 더 크다

그래서 나는 그들의 적이다

그러니 어떻게

적들에게 거하게 한판 쏘지 않을 수 있겠는가

 

 

/오늘은 짙은 안개에 비가 조금씩 오락가락했다.

이 시는 인터넷에서 베꼈는 데 길이가 길어서 옮겨적으면서 포기하고 싶은 걸 꾹꾹 참았다.

머리 속은 아침 새벽의 자욱하던 안개에 머물러 풍경들을 재생하고 있으면서

유난히 마음에 들고 좋아서도 아닌데 그냥 이상하게 인내심 시험을 했다.  

내안의 적들이 시킨 것일까 ...^^

 

웹진 나비에 올라와 있는 강정의 신작 시 입니다.